제법이다 와인스트레스!

해외 출장 중 비즈니스상 매우 중요한 바이어의 집에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았다. 그런데 도착해보니 와인 애호가인 바이어는 자택 지하에 있는 와인 셀러 안에 디너 테이블을 세팅해둔 것이 아닌가. 슬쩍 보니 테이블 위에 와인 잔만 7개. 와인에 대해서는 문외한인데…. 이럴 땐 어떻게 처신하는 게 좋을까.


최근 한 설문 조사 결과 최고경영자 및 대기업 임원 중 “와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는 설문에 84%나 “그렇다”고 답했다. ‘CEO도 스트레스를 받는데 나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는가. 응답자들의 11.6%는 비즈니스에서 와인 지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51.7%는 어느 정도 중요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CEO들이 먼저 스트레스를 받았을 뿐. 이제 임원 이하 일반 사원들까지도 글로벌 비즈니스를 꿈꾼다면 와인을 외면하긴 힘든 상황이다.


김 팀장, 와인 앞에 좌절을 경험하다


최근 신설 부서인 해외 마케팅팀 팀장으로 승진한 김 모 씨. 한동안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등 신바람이 났는데, 최근 임원을 대동한 바이어 접대 자리를 끝낸 후 주눅 든 모습이 역력하다. 그 날의 식사는 호텔 레스토랑에 도착해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긴장의 연속이었다.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한 김 팀장은 무조건 안쪽이 상석이라 여기고 출입문에서 가까운 쪽에 앉았는데, 알고 보니 창 밖 전망을 바라볼 수 있는 그 자리가 최고 상석이었던 것. 뒤이어 도착한 임원의 지시로 자리를 옮기긴 했으나, 임원에게 매너 없어 보인 것 같아 기분이 영 찜찜했다. 게다가 테이블엔 왜 그리 많은 나이프, 포크, 샐러드접시, 빵 접시, 물잔 그리고 5개의 와인 잔이 놓여 있는지. 물 한 모금 마시고 싶은데, 어디로 손을 뻗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해질 무렵 마음속으로 ‘좌빵우물(앉은 사람 기준으로 왼쪽에 빵 접시, 오른쪽에 물이 놓여 있다는 의미)’이라는 카피가 나온 광고에 감사를 표했다. 게다가 음식이 나올 때마다 각각 다른 와인을 따라 주는데 그 분위기가 어찌나 부담스러운지 입도 댈 수 없었다. 와인을 권하는 바이어에겐 “몸이 안 좋아서”라는 핑계를 대긴 했지만 마땅치 않아 하는 임원의 시선을 눈치 채고 말았다. 와인 애호가인 임원과 바이어 사이의 대화는 와인을 주제로 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가장 당혹스러웠던 것은 영어 실력이라면 남부럽지 않던 그에게 그토록 이해할 수 없는 영어 회화는 처음이라는 점. 와인 관련 용어를 전혀 모르니 당연했으나, 다시 생각해도 지옥 같기만 하다. 그 날 이후 김 팀장은 와인 관련 서적 몇 권을 구입해 탐독하는 것으로 의기소침해진 마음을 달래고 있다.


와인 스트레스? 상식만 알아도 자유로울 수 있다


와인은 음식의 일부다
서양의 레스토랑에 가면 항상 식사 주문에 앞서 음료를 주문받는다. 음료도 음식의 일부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물’보다는 와인 또는 소다수(탄산음료), 아이스티 등을 곁들일 것인지를 묻는 것이다. 이처럼 와인은 서양 사람들에게는 음식과 동일한 존재다. 우리는 특별히 술을 마시는 자리가 아니면 식사할 때 음료를 곁들이지 않는 문화에 익숙하다. 와인이 낯선 이유도 이 때문이다. 와인과 친해지려면 우선 와인은 곧 음식이라는 명제를 이해해야 한다. 그러면 음식에 따라 다른 종류의 와인이 서브되는 것도, 와인을 주문하기에 앞서 그날 함께할 음식이 무엇인지를 먼저 확인하는 점도 이해할 수 있다.


와인 잔이 여러 개일 경우
‘레스토랑에서 잔이 여러 개 세팅되어 있을 때 눈앞이 캄캄했다’는 고백을 자주 듣는다. 쉽게 설명하면 서양 요리는 코스별로 각기 다른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듯 와인도 각각 종류에 따라 다른 잔에 서브된다. 잔이 4개일 경우 물, 샴페인(또는 디저트 와인), 화이트 와인, 레드와인이 서브될 것이다. 그 이상이라면 샴페인과 디저트 와인이 식사 시작과 끝에 따로 서브되거나 맛 또는 당도가 다른 화이트 와인 또는 레드 와인이 여러 종류 서브될 것이라고 예상하면 된다.


기본 매너 지키기
와인을 서비스받을 때에는 잔을 들 필요가 없고 의자에서 일어나 받을 필요도 없다. 앉아서 잔을 식탁에 놓은 채로 적당한 감사의 말을 덧붙이는 것이 세련된 매너다. 또 와인은 원샷하는 술이 아니며, 첨잔하는 술이다. 잔이 비어갈 즈음엔 잔에 와인을 더해 따르면 되는데, 이때 주의할 점은 나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챙기고 본인 잔에 따라야 한다. 또 와인은 잔 돌리기를 하지 않는다. 세련돼 보이고 싶다면 건배를 할 때 잔을 약간 사선으로 든 뒤 가볍게 부딪히며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는 연습을 해두자.


와인 시음하는 법
와인이 서브되면 일단 와인 잔 가장 아랫 부분을 손으로 잡는다. 이유는 손의 온도가 와인에 전달되어 와인 맛이 변할 수 있기
때문. 다음 눈으로 와인의 색을 보고, 잔을 코 아래로 가져가 가볍게 향을 맡는다. 그다음 다시 한 번 와인을 잔 속에서 흔들어 향을 맡으면 처음과 달리 훨씬 풍부한 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다음 와인을 마시며 혀끝에서 느껴지는 맛과 목 넘김, 입 안에 남은 잔향을 음미하면 된다.


시음한 와인을 말로 표현하기
와인 애호가와 와인을 마실 때 가장 난감한 상황은 상대방이 와인에 대한 느낌을 물을 때다. 이런 경우엔 되도록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한다. 간혹 와인 관련 만화나 영화에서 본 장면이 떠올라 과장되게 표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와인을 더욱 두렵게
만든다. 실제 와인 전문가들도 그렇게 과장된 표현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와인을 배우려면?


최근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신의 물방울>이라는 일본 만화 때문에 와인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와인과 친해지는 방법으로 책이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와인은 많이 마시고 느껴보는 것 이상 왕도는 없다.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추천한 와인 입문서는 히로카네 켄시가 쓴 <한손에 잡히는 와인>. 분량과 설명이 초보자들이 보기에 알맞다. 그 밖에 전문적으로 공부하기를 원한다면 아래의 교육 기관을 찾아가보자.
와인 문화 리더스 과정와인 동호회나 학원을 다니기보다 빠른 시간 안에 비즈니스에 필요한 실용적인 교육을 받고 싶다면 와이니즈와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이 공동 운영하는 ‘와인 문화 리더스 과정’이 제격이다. CEO를 대상으로 한 커리큘럼으로 강의는 주로 특급 호텔이나 유명 레스토랑에서 식사와 함께 이뤄진다. 문의 02-568-3980
보르도 와인 아카데미 2002년 서울특별시 중부교육청으로부터 지식, 인력개발사업 관련 평생 교육 시설로 인가받은 곳. 직장인 과정, 와인 관리자 과정, CEO를 포함한 오피니언 리더들을 위한 리더스 코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리더스 코스의 수강료는 월 90만 원 선. 문의 02-396-0585
WSET 영국 와인 교육 기관 WSET의 한국 지부로 세계 38개국 모두 교육 내용이 동일하다. 수업은 총 3단계로 구성되며 수업료는 1단계 55만 원, 2단계 118만 원, 3단계 230만 원 선이다. 문의 02-2039-5235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