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겨울의 달콤한 선물. Canada Ice Wine

와인 맛에 대한 표현이야 천차만별이겠지만, 형용사 ‘달콤한’ 과 가장 어울리는 와인을 꼽으라면 당연히 아이스 와인이다.
깊고 풍성한 자연과 매서운 추위와 거룩한 노동이 빚어내는 달콤하고 시원한 아이스 와인은 한여름 무더위와도 환상적인 앙상블을 이룬다.


로키산맥을 시작으로 펼쳐진 캐나다 자연의 훌륭함은 따로 설명이 필요 없다. 우스갯소리지만 만일 ‘우수 자연 경연 대회’라는 것이 있다면 대상을 안겨줘도 무방할 만큼 완전무흠한 자연이다. 빼어나고 탐스러운 자연에는 당연히 땅도 포함되는데, 한반도의 45배가 넘는 캐나다의 광대무변한 영토는 아이스 와인 생산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추운 땅과 포도나무 생장에 적합한 토양을 두루 갖추고 있다. 된서리와 칼바람과 함박눈을 모두 받아내는 그 땅은 한 해 평균 650만 리터가 넘는 아이스 와인을 생산한다. 아이스 와인에 관한 한 캐나다는 명실상부, 확고부동한 제왕의 지위를 누린다. 아이스 와인의 원조로 인정받는 독일조차 고르지 못한 기후, 더 정확히 말하자면 추운 겨울을 담보하지 못해 생산량과 품질이 일정하지 않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아이스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는 캐나다 전역에 걸쳐 400여 개가 산재한다. 생산 규모와 와인의 품질을 따져볼 때 서부의 오카나간 밸리(Okanagan Valley)와 동부의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Niagara on the Lake) 지역이 가장 두드러진다. 생산량으로만 보면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가 단연 으뜸. 130여 개의 와이너리에서 캐나다 전체 아이스 와인 생산량의 70퍼센트를 담당하고 있다. 100여 개의 와이너리가 분포하는 오카나간 밸리는 풍부한 일조량과 적은 강수량이 특징이다. 북반구 유일의 사막 기후를 보이는 까닭이다. 산등성이를 넘어오는 겨울의 삭풍 역시 포도가 단단히 익어가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추워야 제 맛이 난다


아이스 와인이 일반 와인과 대별되는 가장 명확한 지점은 수확 시기다. 보통 아이스 와인 생산에 사용되는 포도는 이르면 11월, 늦으면 2월에 거둔다. 가을에 따지 않고 겨울까지 두는 이유는 확실하게 추운 상태에서 수확해야 포도에서 고품질의 당과 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확실한 추위’의 기준은 섭씨 영하 8도를 의미한다. 수은주가 영하 8도 아래로 떨어진 환경에서 포도를 거둬들인 다음 발효시켜야 진짜 아이스 와인이다. 당분 수치도 35브릭스(brix)를 넘어야 한다. 이런 제품에는 진품 아이스 와인을 보증하는 의미로 ‘VQA(Vintners Quality Alliance)’ 마크를 붙여준다. 이 마크가 없는 아이스 와인은 포도를 인공적으로 급속 냉동시켰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참고로 아이스 와인을 만들기 2~3주 전, 그러니까 아이스 와인보다는 빠르지만 일반 와인에 비해 늦게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은 레이트 하베스트(late harvest)라고 부른다. 아이스 와인 특유의 달콤함이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당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레이트 하베스트에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 아이스 와인의 가격은 솔직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보통 현지에서 5만~10만 원 정도 하는 아이스 와인이 국내에서는 15만~30만 원에 거래된다. 왜 이렇게 비싼 것일까. 무엇보다 까다로운 제조 과정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앞서 밝힌 것처럼 아이스 와인용 포도 수확은 기온이 영하 8도 밑으로 내려간 한겨울 새벽녘에 전격적으로 이뤄진다. 날이 밝아올수록 온도가 자연스레 상승하기 때문에 포도 덩굴을 따는 인부들은 손을 재게 놀릴 수밖에 없다. 차돌처럼 단단하기 그지없는 포도송이는 압축 과정을 통해 껍질 안의 수분은 그대로 남고 고농축 과즙만 한 방울씩 떨어지게 된다. 이를 모으고 모아 발효시키면 드디어 아이스 와인이 탄생한다. 일반적으로 375밀리리터 아이스 와인 한 병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포도의 양은 15킬로그램에 육박한다. 수분을 뺀 진액만 추출하다보니 더 많은 양의 포도가 필요한 것이다. 또 다른 변수는 성동(盛冬)의 포도가 계절적 요인으로 먹잇감을 구하기 어려운 야생 동물과 새들의 표적이 된다는 사실. 포도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묘책이 동원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포도송이의 숫자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추운 날 깊은 밤을 골라 일해야 하는 일꾼들의 높은 인건비도 아이스 와인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


아이스 와인은 디저트로!


아이스 와인은 소테른의 귀부(Noble rot) 와인과 함께 식후에 마시는 고급 디저트 와인으로 유명하다. 디저트 와인을 마실 때면 이미 앞서 마신 다른 와인으로 살짝 취기가 돌았을 것이다. 이때 차게 만든 아이스 와인으로 마무리한다면 아이스 와인의 달콤함만큼 식사 시간도 감미롭게 마무리될 것이다. 아이스 와인은 섭씨 7~8도로 차게 만들어 즐긴다. 식사가 끝난 뒤 다크 초콜릿이나 치즈, 말린 과일과 함께 마시면 아이스 와인의 풍미를 더 깊이 느낄 수 있다. 당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많이 마시는 것보다는 1~2잔 정도가 적당하다.


캐나다의 다양한 아이스 와인 와이너리


서머힐 피라미드 와이너리(Summerhill Pyramid Winery)
오카나간 밸리에 있는 와이너리 가운데 가장 독특한 곳이다. 이집트 쿠푸 왕의 피라미드를 8분의 1로 축소한 와인 저장고가 와인 숙성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한여름 외부 온도가 섭씨 38도까지 치솟을 때도 피라미드 내부의 온도는 11~14도를 유지한다. 캐나다에서 가장 넓은 유기농 인증 포도밭도 소유하고 있다.
문의 www.summerhill.bc.ca, (250)764-8000


퀄스 게이트 와이너리(Quails’ Gate Winery)
1989년 문을 연 와이너리. 오카나간의 전원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퀄스는 메추라기 새를 뜻한다. 테이스팅과 쇼핑을 겸할 수 있는 통나무집이 인상적이다. 문의 www.quailsgate.com, (250)769-4451하인레 빈야드(Hainle Vineyards) 와이너리와 럭셔리 호텔을 함께 운영한다. 와인과 최고의 궁합을 이루는 정찬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문의 www.hainle.com, (250)869-7618


이니스킬린(Inniskillin)
이곳의 대표인 칼 카이저(karl Kaiser)는 캐나다 아이스 와인을 세계에 알린 장본인으로 통한다. 자신이 만든 비달 아이스 와인을 갖고 1991년 6월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린 국제 와인 경연 대회에 참가, 1위를 수상했다. 이 와인은 현재 40만 원 이상을 호가한다.
문의www.inniskillin.com, (905)468-7501


잭슨트릭스(Jackson-Triggs)
14년이라는 일천한 역사에 비해 수상 경력은 사뭇 화려하다. 해마다 여름이면 유명 음악가들을 초청, 콘서트를 개최하는 낭만적인 면모도 갖추고 있다. 달콤하면서도 쌉싸래한 맛이 일품인 2004년 게뷔르츠트라미너 아이스 와인을 꼭 맛보아야 한다.
문의 www.jacksontriggswinery.com, (905)468-4637


필리테리(Pillitteri)
한 해 평균 7만 4,000상자의 와인을 생산하는데, 그중 3만 8,000상자 정도가 아이스 와인이다. 비달과 리슬링을 이용한 일반적인 아이스 와인은 물론이고 카베르네와 시라즈 등의 적포도주 품종을 이용한 아이스 와인도 선보인다. 스파클링 비달 아이스 와인과 스파클링 리슬링 아이스 와인 역시 다른 와이너리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이곳의 자랑거리다.
문의 www.pillitteri.com, (905)468-3147


아이스 와인? 독일 그리고 캐나다!


아이스 와인이라는 이름은 재배 방법에서 생겨난 이름이다. 많은 술의 기원이 우연에서 시작하듯 아이스 와인도 재미난 사연을 갖고 있다. 1790년경 독일에서 와인 제조를 위해 재배한 포도를 수확할 시기가 되었는데,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 수확하지 못한 포도들이 나무에서 고스란히 얼어버렸다. 실망한 포도 재배자는 언 포도를 수확해 주스로 짰는데 당도가 무척 높았고, 이를 와인으로 개발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이처럼 아이스 와인의 기원은 독일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후 캐나다에서 아이스 와인을 상업적으로 재배하기에 이르렀고 현재 아이스 와인 생산량은 캐나다가 가장 많다. 이유는 무엇보다도 캐나다의 기후가 아이스 와인 재배에 적합하기 때문. 현재까지 캐나다를 대표하는 상품으로 메이플 시럽과 함께 아이스 와인이 첫손에 꼽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이스 와인은 재배의 어려움으로 가격이 비싸고 고급 와인으로 분류되는데 보통 우리나라에서 구입할 경우 10만 원 이하의 제품은 만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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